📚 독서

[철학] 페르소나 / 휴대전화가 등장하면서, 사일로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

애-용 2023. 9. 1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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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페르소나> 우리는 모두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 카를 구스타프 융

융은 인격 가운데서 외부와 접촉하는 외적 인격을 페르소나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이는 개인과 사회적 집합체 사이에서 맺어지는 일종의 타협이라고 정의했다. 즉, 실제 자신의 모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낸 가면이다.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 오페라의 줄거리를 들으면, 페르소나의 중요성을 크게 알 수 있다.

극 중의 극에서 주인공은 극과 현실을 분간하지 못해 아내를 죽이고만다. 이는 마르셀 마르소의 퍼포먼스와는 반대로, 본래 가면을 쓰고 지내야 하는데 자신도 모르게 그만 노출시키고 만 상황이 얼마나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가면과 맨 얼굴의 경게가 애매해진다는 모티브에 우리가 끌리는 이유는, 자기 정체성이나 인격이 실제로는 매우 취약하며 외부 환경에 따라 왜곡되기도 하고 감추고 싶었던 무의식이 표출될 염려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자신을 돌이켜보자. 학교, 회사, 친한 친구, 동아리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우리가 일관된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는가? 아닐 것이다.

어느 곳에서나 똑같은 인격을 유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회가 성립되고 유지되어 온 측면도 없지 않다.

 

이렇게 서로 다른 입장이나 역할을 종적인 사일로라고 생각할 경우, 그 사일로를 횡적으로 연계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사일로 자체는 자신이 만들고자 해서 만드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인생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어느 사이엔가 만들어진 것도 있다.

(사일로: 개인이 속한 다양한 입장과 소속, 즉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뜻함)

반드시 모든 사일로를 충분히 납득하고서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사일로들이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룸으로써 사람이 인격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휴대전화가 등장하면서 사일로의 강렬한 횡적 연계가 시작된 듯하다.

 

요즘 들어 특히 집단 따돌림의 문제는 더더욱 심각해졌다. 이는 아이들이 학교와 가정이라는 두 개의 사일로를 구분해 행동하지 못하게 된 데 있다. 휴대전화라는 가상의 횡적 연계 매체가, 학교라는 사일로에서 심리적으로 분리되기를 바라는 아이에게 그런 상황을 허용해주지 않는다.

 

회사원이 가정과 직장, 그리고 개인이라는 세 가지 페르소나를 구분해서 생활하기 어려워진 것도 같은 현상이다. 인터넷이 되는 어느 곳이든 우리는 회사 업무를 할 수 있다. 또 요즘 재택 근무 가능한 회사도 많아지고 있다. 이는 점점 일상과 회사가 구분할 수도 없게끔 만들 것이다. 우리는 물리적으로 어느 장소에 있든, 회사원으로서 페르소나와 가정의 일원으로서의 페르소나가 따라다닌다.

 

이렇게 되면 사일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 잘 살아가야 할 인류가 고대에서부터 지속해 온 생존 전략 자체의 기능을 잃게 된다. 이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여러 개로 분산되어 있는 사일로를 균형 있게 유지하던 전략이 더이상 기능을 못하고 하나하나씩 쇠퇴해 갈 것이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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